국내는 실적 뒷받침되는 업종 대표주 주목


국외는 경기부양 효과·원자재값 상승 고려


주요 증권사들의 추천

투자자들의 가슴을 '반토막' 냈던 펀드들이 최근 세계적인 주가 상승에 힘입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한테는 원금 회복이 아직 먼길이지만,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다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큰 손실을 입어 실망한 이들이 펀드를 정리하고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도 하지만, 전문적 투자지식을 갖추기 어려운 투자자들은 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 최근 성적은?

올해 들어서는 정부 정책과 환율의 영향으로 정보기술(IT)주 등 '테마주'와 중소형주 펀드가 국내 주식형 펀드들 가운데 강세를 보였다. 국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는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투자 펀드와 원자재 펀드가 강세를 보인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펀드는 추락했다. 최근까지 '잘나간' 펀드들이 앞으로도 잘나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펀드 분석가들의 평가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이 순자산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를 대상으로 지난 16일 기준 수익률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정보기술주에 집중 투자하는 '하나유비에스아이티코리아주식' 펀드의 올해 들어 수익률이 58.88%로 가장 높았고, 녹색성장주 및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 투자 비중이 높은 '우리시에스부울경우량기업플러스주식투자' 펀드의 수익률도 53.72%로 고공행진을 했다.

이른바 '테마' 펀드와 중소형주 펀드도 강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전체 국내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8.41%였으나 중소형주 펀드는 34.04%를 기록했다. 이수진 제로인 연구원은 "녹색성장 정책 및 환율 상승으로 중소형주 펀드와 정보기술, 자동차 등 수출주의 강세와 관련된 테마펀드의 수익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순자산 100억원 이상 국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서는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 펀드들이 수익률 상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주식' 펀드가 올해 들어 41.84%의 수익률을 보였고, 'PCA 차이나 드래건 에이 셰어 주식' 펀드가 35.34%로 수익률이 높았다. 귀금속과 에너지, 농산물 등에 투자하는 'JP모건천연자원주식' 펀드도 38.59%에 이르렀다. 국외 펀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펀드는 본토와 홍콩 증시의 흐름이 엇갈리면서 본토에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다.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는 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수익률이 개선됐다. 반면, 유럽과 일본, 북미 펀드들은 평균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금융위기 때문에 좀체 기를 펴지 못했다.

■ 앞으로는 누가?

국내 주요 9개 증권사가 투자자들한테 추천하는 펀드(표 참조)를 살펴보면, 앞으로 어떤 종류의 펀드를 눈여겨봐야 할지 감지할 수 있다.

김혜준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전에는 가치형 펀드와 성장형 펀드를 6 대 4 정도 비율로 가져가라고 권했지만 요즘에는 5 대 5 정도 비율로 가져가라고 권한다"며 "주가가 추세적 상승세라고 보기 어려워, 서로 비중을 반반 정도로 맞추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상반기에 경기회복 기대감과 바닥을 확인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하반기에는 오히려 실망감이 더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 대표주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정적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이 있는 대형 우량주에 주로 투자하는 성장주 펀드가 나아 보인다는 얘기다.

일단 펀드 분석가들은 국외 투자 비중이 큰 투자자는 국외 펀드 비중을 줄이고, 국내 펀드의 비중을 50% 이상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나 기업 실적이 다른 나라에 견줘 상대적으로 낫기 때문이다. 또 국외 펀드의 경우에는 국외 주식거래에서 발생하는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끝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지역으로 보면 중국, 분야별로 보면 원유 등 원자재 펀드가 꼽힌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이 앞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의 전망도 비교적 밝다.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가운데서는 그나마 미국이 조금 낫지만, 신흥국에 견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러시아 펀드들과 동유럽 펀드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원유값 상승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지나치게 원유에 의존하고 경기회복 때도 상승 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자재 펀드의 선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 원유, 비철금속과 곡물, 금 등의 순서에 따라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펀드 등은 주력 펀드가 아닌 대안투자로서 비중을 10% 미만으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

"변동성 클땐 목표수익률 정해 과감히 환매"

"남 따라가지 말고 자신만의 기준 가져야" 조언

금융위기로 펀드 투자자들은 '몰빵' '묻지마' 투자의 위험성을 깨닫게 됐다. 펀드 분석가들이 투자자들한테 가장 먼저 충고하는 펀드 투자의 기본원칙도 '자산 배분'이다. '몰빵'하지 말고, 되도록 분산 시키라는 얘기다.

박용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특정한 모멘텀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고, 내가 어떤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위험을 감수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유망한 개별 펀드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성향에 맞게 자산 배분 차원에서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 바람이 분다고 무턱대고 관련 펀드에 투자하지 말고, 자신의 성향부터 살피라는 것이다.

과거에 연연해서도 안 된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펀드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좋은 게 미래에도 좋다는 보장이 없다"며 "자신만의 기준을 가져야, 남이 들 때 나도 가입해 비쌀 때 사고 쌀 때 팔아 손해를 보는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금을 장·단기로 구분해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조만간 돈을 써야 할 곳이 있는데도 펀드에 자금이 묶여 있다면 손실을 보더라도 환매할 수밖에 없다. 김혜준 대우증권 연구원은 "단기자금은 채권 등 안정적인 곳에 투자를 하고, 장기자금은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좀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며 "앞으로 소비·지출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일수록 좋겠지만 1년 정도를 기준으로 목돈이 들어갈 곳 등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 투자'라는 말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언제 환매를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무조건 장기 투자, 적립식 투자가 해답은 아니다"라며 "올해는 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돼, 먼저 분명하게 자신의 목표 수익률을 정한 다음에 목표를 달성하면 미련 없이 환매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클 때는 짧은 시간에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도 있는데, 이때 과감하게 털고 나오라는 얘기다. 시간을 끌다가는 오히려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시장의 흐름을 살피면서 흐름에 순응하라는 것이다. 황상철 기자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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