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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서현.홍지연.신동연] 지난 7월 초 'week & 이 엄선한 제주 맛집 30선' 기사에 대한 독자 반응은 뜨거웠다. 여름 내내 week & 지면을 들고 다니며 제주 맛집 순례를 즐겼다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부산 맛집 역시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하고, 음식점 위치를 표시한 지도도 덧붙였다. 부산 대표 별미와 신선한 갯것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을 10군데와 6군데 선정했다. 여기에 골목골목 숨은 명물 분식도 찾아냈다. 부산 토박이 미식가가 추천하고 week & 기자 두 명이 일일이 맛보며 엄선한 '부산 맛집 20곳'을 소개한다.
글=윤서현·홍지연 기자 < jhongjoongang.co.kr >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 sdy11joongang.co.kr >
광안리 민락회촌에 위치한 '수정궁' 횟집. 광안리 해변의 멋진 야경을 바라보며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 부산의 역사를 담아 - 부산 별미
부산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라면 돼지국밥과 밀면(사진)이다. 한데 하나같이 자기네가 원조 국밥집이라 주장하고,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밀면집이다 보니 진짜 맛집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두 가지 부산 대표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을 꼽는다면 돼지국밥은 '쌍둥이 돼지국밥'과 '할매국밥', 밀면은 '가야밀면'과 '개금밀면'을 들 수 있다. '쌍둥이 돼지국밥'은 돼지 사골 육수에 항정살을 가득 넣어 끓인다. 반면 '할매국밥'은 삼겹살만 고집한다. 돼지 다리뼈와 등뼈를 우려낸 초벌 육수에 삼겹살 덩어리를 넣고 끓여 국물이 진하다.
자동차로 3분 거리에 있는 '가야밀면'과 '개금밀면'은 모두 2대에 걸쳐 40여 년간 부산 밀면의 맛을 대표하는 명가다. 밀면의 양대 산맥답게 두 집 모두 꼬들꼬들한 면발과 단맛·신맛·매운맛이 조화를 이루는 시원하고 깔끔한 육수를 자랑한다. 비교하자면 '개금밀면'의 육수가 한약재 맛이 강하게 나면서 조금 더 짠 편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비빔당면.
음식 앞에 지역명이 붙어 고유명사가 된 경우도 있다. '동래 파전'과 '기장 곰장어'가 대표적이다.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원조할매파전'은 옛날 맛 그대로의 동래 파전을 파는 유일한 집이다. 4대째 가게를 운영하는 김정희(48)씨는 "동래 파전에서 동래는 지금의 부산 동래구가 아니라 한일병합 이전 부산의 명칭"이라며 "고기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파전은 조선시대 동래부사가 임금께 진상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고급 음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육수와 찹쌀가루·멥쌀가루·밀가루를 섞어 만든 반죽에 새우·굴·홍합·대합·바지락·쇠고기를 넣고, 쪽파와 함께 부쳐낸다. 흔히 먹던 바삭한 파전과 달리 말캉하게 씹히면서 감칠맛이 돈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도 동래 파전의 특징이다. 여기에 금정산성 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외가집짚불곰장어'의 곰장어 구이. 짚불에 구운 곰장어의 껍질을 벗겨내자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엔 짚불곰장어 전문점 8곳이 모여 있다. 기장 토박이로 20년 동안 '외가집짚불곰장어'를 지키고 있는 이홍숙(74)씨에 따르면 이 동네에선 예부터 공수마을 앞바다에서 잡히는 곰장어를 짚불에 구워 먹었다고 한다. 짚불이 피워지면 석쇠에 살아 있는 곰장어를 통째로 올려 굽는다. 까맣게 탄 껍질을 벗기면 뽀얀 속살이 드러나는데, 보기에는 징그러워도 맛은 일품이다.
복국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 해운대에 문을 연 '금수복국'은 담백하고 시원한 뚝배기 복국으로 서울까지 진출했다. 탱탱한 복 살을 아삭한 콩나물과 미나리에 싸 먹고 맑은 국물을 들이켜면 속이 확 풀린다. 먹기 전 국물에 식초를 조금 넣는 게 포인트다.
# 바다를 먹다 - 해산물
부산 별미도 좋지만 부산 하면 역시 해산물을 빠뜨릴 수 없다. 민락동 회촌에 위치한 '수정궁'에서는 민락항에서 나는 신선한 활어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수향오찬 세트에는 광어·도미가, 저녁 세트 메뉴에는 자연산 꽃능성어와 돌돔이 나온다. 염유택(43)씨는 "다금바리의 사촌뻘 되는 꽃능성어 회를 서울 가격의 4분의 1 정도에 먹을 수 있다"며 "우리 집이 부산 불꽃축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명당"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수민이네'에서는 진한 조개 국물이 배어든 조개구이를 맛볼 수 있다.
청사포 조개구이 골목에서는 '수민이네'가 원조로 통한다. 부산에서는 조개구이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 조개구이를 주문하면 대합·가리비·키조개 위에 버터·양파·청양고추·팽이버섯 등이 올려져 나온다. 우선 조갯살이 껍데기에서 떨어질 정도로만 초벌구이 한 뒤 은박 접시에 각종 채소와 함께 옮겨 담는다. 그 다음 가리비 껍데기로 은박 접시를 덮어 놓고 기다린다. 그러면 조개·양파에서 물이 나와 탕이라고 할 정도로 걸쭉해진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먹으면 된다. 탱글탱글한 조갯살에 달착지근한 국물이 배어들어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낸다. 소중한 사람과 밤새워 술잔을 기울이며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원조고갈비남마담'의 고갈비.
부산 시민과 함께 추억을 쌓아온 밥집도 있다. 중구 광복동 '원조고갈비남마담'을 37년째 운영하고 있는 임애순(67)씨는 "가난한 대학생이 시계나 책을 맡겨 놓고 고갈비를 먹었다"며 "지금도 쉰 살이 훌쩍 넘어 가끔 찾아오기도 한다"고 추억에 잠겼다. 고등어를 두세 시간 물에 불려 피를 모조리 빼 비리지 않다. 굽는 냄새부터 예술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갈비처럼 부드럽다.
부산 야구팬이 경기가 끝나고 즐겨 찾는다는 '안양해물탕'도 올해로 20년째다. 메뉴는 그때나 지금이나 해물탕 단 하나다. 냄비에 새우·꽃게·오징어·문어·소라와 20여 가지 조개가 가득 담겨 나온다. 주말에는 오후 네댓 시만 돼도 재료가 바닥나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수정궁' 권용운 주방장이 갓 잡아온 자연산 참돔을 들고 있다.
# 부산에서만 먹을 수 있다 - 길거리 음식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이 모여 장사를 시작하면서 형성된 남포동 국제시장. 여기엔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힘든 별난 분식이 많다. 이른바 '부산어묵'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은데 특이하게도 가래떡을 꼬치에 끼워 같이 익힌다. 이름하여 '떡오뎅'이다. 푹 익어서 겉은 부들부들하고 속은 쫀득거려 찬바람 부는 날 길거리 간식으로는 최고다. 비빔당면도 유명하다. 삶은 당면에 양념장·김치·시금치·길게 썬 단무지·어묵 등을 넣어 비벼 먹는 것이다. 새콤달콤한 양념장이 골고루 버무려져 쫄면처럼 자꾸 입맛을 당긴다.
씨앗 호떡은 TV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먹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남포동 명물로 떠올랐다. 부산국제영화제 거리에 들어서면 씨앗 호떡 노점상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찹쌀호떡을 반으로 갈라 그 안에 해바라기씨·호박씨·땅콩 부스러기 등을 듬뿍 넣어준다. 호떡 사이로 흘러내리는 꿀과 씹을 때마다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씨앗의 조합이 재미있다.
팥 하나로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의 분식을 책임지는 곳도 있다. 남구 용호동의 '할매팥빙수단팥죽'에서는 팥빙수 한 그릇이 단돈 2000원이다. 빙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30년째 얼음·팥·과일잼·우유가 전부다. 이송자(71)씨가 매일 팥을 삶고 복숭아·사과도 손수 조린다.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담백한 단팥죽을 함께 판매한다.
글=윤서현·홍지연 기자 < jhongjoongang.co.kr >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 sdy11joongang.co.kr >
# 부산의 역사를 담아 - 부산 별미
이 두 가지 부산 대표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을 꼽는다면 돼지국밥은 '쌍둥이 돼지국밥'과 '할매국밥', 밀면은 '가야밀면'과 '개금밀면'을 들 수 있다. '쌍둥이 돼지국밥'은 돼지 사골 육수에 항정살을 가득 넣어 끓인다. 반면 '할매국밥'은 삼겹살만 고집한다. 돼지 다리뼈와 등뼈를 우려낸 초벌 육수에 삼겹살 덩어리를 넣고 끓여 국물이 진하다.
자동차로 3분 거리에 있는 '가야밀면'과 '개금밀면'은 모두 2대에 걸쳐 40여 년간 부산 밀면의 맛을 대표하는 명가다. 밀면의 양대 산맥답게 두 집 모두 꼬들꼬들한 면발과 단맛·신맛·매운맛이 조화를 이루는 시원하고 깔끔한 육수를 자랑한다. 비교하자면 '개금밀면'의 육수가 한약재 맛이 강하게 나면서 조금 더 짠 편이다.
음식 앞에 지역명이 붙어 고유명사가 된 경우도 있다. '동래 파전'과 '기장 곰장어'가 대표적이다.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원조할매파전'은 옛날 맛 그대로의 동래 파전을 파는 유일한 집이다. 4대째 가게를 운영하는 김정희(48)씨는 "동래 파전에서 동래는 지금의 부산 동래구가 아니라 한일병합 이전 부산의 명칭"이라며 "고기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파전은 조선시대 동래부사가 임금께 진상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고급 음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육수와 찹쌀가루·멥쌀가루·밀가루를 섞어 만든 반죽에 새우·굴·홍합·대합·바지락·쇠고기를 넣고, 쪽파와 함께 부쳐낸다. 흔히 먹던 바삭한 파전과 달리 말캉하게 씹히면서 감칠맛이 돈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도 동래 파전의 특징이다. 여기에 금정산성 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엔 짚불곰장어 전문점 8곳이 모여 있다. 기장 토박이로 20년 동안 '외가집짚불곰장어'를 지키고 있는 이홍숙(74)씨에 따르면 이 동네에선 예부터 공수마을 앞바다에서 잡히는 곰장어를 짚불에 구워 먹었다고 한다. 짚불이 피워지면 석쇠에 살아 있는 곰장어를 통째로 올려 굽는다. 까맣게 탄 껍질을 벗기면 뽀얀 속살이 드러나는데, 보기에는 징그러워도 맛은 일품이다.
복국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 해운대에 문을 연 '금수복국'은 담백하고 시원한 뚝배기 복국으로 서울까지 진출했다. 탱탱한 복 살을 아삭한 콩나물과 미나리에 싸 먹고 맑은 국물을 들이켜면 속이 확 풀린다. 먹기 전 국물에 식초를 조금 넣는 게 포인트다.
# 바다를 먹다 - 해산물
부산 별미도 좋지만 부산 하면 역시 해산물을 빠뜨릴 수 없다. 민락동 회촌에 위치한 '수정궁'에서는 민락항에서 나는 신선한 활어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수향오찬 세트에는 광어·도미가, 저녁 세트 메뉴에는 자연산 꽃능성어와 돌돔이 나온다. 염유택(43)씨는 "다금바리의 사촌뻘 되는 꽃능성어 회를 서울 가격의 4분의 1 정도에 먹을 수 있다"며 "우리 집이 부산 불꽃축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명당"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청사포 조개구이 골목에서는 '수민이네'가 원조로 통한다. 부산에서는 조개구이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 조개구이를 주문하면 대합·가리비·키조개 위에 버터·양파·청양고추·팽이버섯 등이 올려져 나온다. 우선 조갯살이 껍데기에서 떨어질 정도로만 초벌구이 한 뒤 은박 접시에 각종 채소와 함께 옮겨 담는다. 그 다음 가리비 껍데기로 은박 접시를 덮어 놓고 기다린다. 그러면 조개·양파에서 물이 나와 탕이라고 할 정도로 걸쭉해진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먹으면 된다. 탱글탱글한 조갯살에 달착지근한 국물이 배어들어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낸다. 소중한 사람과 밤새워 술잔을 기울이며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부산 시민과 함께 추억을 쌓아온 밥집도 있다. 중구 광복동 '원조고갈비남마담'을 37년째 운영하고 있는 임애순(67)씨는 "가난한 대학생이 시계나 책을 맡겨 놓고 고갈비를 먹었다"며 "지금도 쉰 살이 훌쩍 넘어 가끔 찾아오기도 한다"고 추억에 잠겼다. 고등어를 두세 시간 물에 불려 피를 모조리 빼 비리지 않다. 굽는 냄새부터 예술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갈비처럼 부드럽다.
부산 야구팬이 경기가 끝나고 즐겨 찾는다는 '안양해물탕'도 올해로 20년째다. 메뉴는 그때나 지금이나 해물탕 단 하나다. 냄비에 새우·꽃게·오징어·문어·소라와 20여 가지 조개가 가득 담겨 나온다. 주말에는 오후 네댓 시만 돼도 재료가 바닥나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 부산에서만 먹을 수 있다 - 길거리 음식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이 모여 장사를 시작하면서 형성된 남포동 국제시장. 여기엔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힘든 별난 분식이 많다. 이른바 '부산어묵'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은데 특이하게도 가래떡을 꼬치에 끼워 같이 익힌다. 이름하여 '떡오뎅'이다. 푹 익어서 겉은 부들부들하고 속은 쫀득거려 찬바람 부는 날 길거리 간식으로는 최고다. 비빔당면도 유명하다. 삶은 당면에 양념장·김치·시금치·길게 썬 단무지·어묵 등을 넣어 비벼 먹는 것이다. 새콤달콤한 양념장이 골고루 버무려져 쫄면처럼 자꾸 입맛을 당긴다.
팥 하나로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의 분식을 책임지는 곳도 있다. 남구 용호동의 '할매팥빙수단팥죽'에서는 팥빙수 한 그릇이 단돈 2000원이다. 빙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30년째 얼음·팥·과일잼·우유가 전부다. 이송자(71)씨가 매일 팥을 삶고 복숭아·사과도 손수 조린다.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담백한 단팥죽을 함께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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