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국세청·금융위·금감원·공직자윤리위원회·예보·금융정보분석원·감사원·선관위…
계좌추적 기관, 생각보다 많죠?

 

 

"지난해 말 사정기관에 아는 분과 송년회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계좌조회 화면에 이름 석 자만 쓰면 본인의 모든 금융계좌는 물론 사돈의 팔촌 등 차명으로 동원 가능한 친인척의 은행·증권 거래가 다 나온다는 겁니다. 어지간한 차명계좌로 부정행위를 해도 다 모니터가 된다는 거지요." 최근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을 상대로 광범위한 계좌추적 작업을 벌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가는 물론 여의도 증권가에서 또다시 '계좌추적'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작년 여의도 금융가는 하루가 멀다하고 부정행위에 연루된 증권가 임직원들이 구속됐고, 사건 당사자가 아니어도 참고인 신분 등으로 불려가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이쪽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문제 소지가 있는 거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행위로 쓰나미식 계좌추적을 했던 사정당국 때문에 아직도 어느 기관에서 내 계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닌지 두려울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의 말처럼 과연 사정기관이 특정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본인 동의 없이 들여다보는 게 법적으로 가능할까. 정답은 사안에 따라 "그렇다"이다. 2012년 3월 시행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명의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금융거래에 대한 비밀은 보장돼 있다. 그러나 금감원 등 금융감독당국은 자본시장법상 '내부자 거래'와 '불공정 금융거래 행위'를 포함해 금융회사에 대한 감시 감독, 금융사고 규명 등이 목적인 경우 개인의 계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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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같은 목적과 무관한 특정 개인의 계좌를 조회하고 친인척 계좌까지 감시한다는 것은 아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대부분 계좌추적 대상에 이름이 오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민간인까지 계좌추적 대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금융실명거래법에 따르면 법원과 검찰뿐 아니라 국세청 감사원 등 정부 내 각종 기관이 금융회사로부터 특정인의 금융거래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금융거래정보요구권, 이른바 '계좌추적권'을 가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비롯해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금융당국에 특히 권한이 쏠려 있다. 이 밖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등도 계좌추적권이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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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계좌추적을 할 때는 법원 영장을 통해 다른 기관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진행한다. 다른 사정기관이 조사를 목적으로 계좌추적을 하는 것과 달리 검찰의 계좌추적은 신병 확보를 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국세청 등이 계좌추적한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정밀한 추적이 이뤄진다.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한 특별환수팀의 계좌추적 영장 집행은 계좌추적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사례로 꼽힌다. 당시 검찰은 전 전 대통령과 두 아들을 피의자로 적시해 발부받은 계좌추적 영장을 전 금융권에 발송해 1993년부터 20년6개월간의 금융거래 내역 일체를 분석했다.

반면 국세청 등 다른 사정기관들의 계좌추적권은 법원 영장이 필요하지 않지만 검찰의 계좌추적보다는 제한적인 형태로 이뤄진다. 영장을 통한 계좌추적이 '그물낚시'라면 검찰 이외에 사정기관의 계좌추적권은 '손낚시'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의 계좌추적은 '과세자료의 제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며 세금 탈루 사실을 밝혀내기 위한 목적일 때만 허용된다. 한 전직 국세청 직원은 "통상 기초 조사를 마무리한 뒤 탈루 의심이 뚜렷한 경우에 한정해 핀셋처럼 집어내고자 계좌추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경우 소득 수준이나 연령에 비해 과도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계좌추적이 가능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 불공정행위와 금융사고 조사 등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특히 금감원은 검찰과 공조 과정에서 대대적인 계좌추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감원 소속 한 선임 검사역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혐의와 인적사항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이를 명확하게 확보하기 어려우면 검찰 측에서도 금감원을 통해 계좌추적 조사를 의뢰하는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감사원은 '회계검사'를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계좌추적권을 발동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계좌추적을 할 수 있다.

사정기관은 아니지만 FIU의 금융정보 수집 권한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FIU는 자금 세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정보를 금융회사로부터 수집· 분석해 경찰 검찰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제공하는 기관이다.

2013년 '특정 금융거래 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2000만원 이상 고액 금융거래가 추적 대상이 됐지만 지금은 1000만원 미만 소액 금융거래 내역까지 제공받는다. 한 해에 FIU에 전달되는 국민의 자금 관련 자료가 수십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들이 금융회사에서 제공받는 정보로 당사자 모르게 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는 국가기관에 계좌정보를 제공하면 그 사실을 10~15일 이내에 계좌 주인에게 알려야 한다. 다만 증거인멸 등의 사정이 있어 사정기관이 통보 유예를 요청하면 최장 1년까지 금융회사가 당사자에게 계좌정보 조회 사실 통보를 미뤄주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규정 위반 시 처벌 규정이 없어 이를 지키는 금융회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검찰이나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진 계좌추적권이 환부를 도려내는 '메스'로 활용된다면 좋겠지만, 수사 과정에서 얻은 수많은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며 "국가 기관의 계좌추적권은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해외로 빼돌려도 예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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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인 한 모씨(55)는 분식회계로 회계 계정을 조작하고 외국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로 거액을 옮겨 횡령했다. 싱가포르 법인에 컨설팅 용도로 자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돈을 송금하고, 뉴질랜드 내 다수 차명계좌로 이동시키는 수법이었다. 이렇게 해서 한씨가 빼돌린 금액은 무려 120억원. 한씨는 자신의 범죄가 성공했다고 여겼지만 5년 만에 검찰의 포위망에 걸려 결국 덜미를 잡혔다.

국내에서 발자국이 남은 '검은돈'뿐 아니라 해외로 넘어간 각종 배임·횡령 불법 자금도 날이 갈수록 예리해지는 사정당국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7월 한씨를 비롯해 해당 기업 경영진 5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초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 한씨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횡령한 돈마저 해외로 빠져나가 범죄수익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검찰,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정예 인력으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구성해 끈질기게 계좌를 추적하고 뉴질랜드 당국과 공조해 마침내 한씨가 해외로 빼돌린 130억원 규모 은닉재산을 밝혀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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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사당국이 100억원대 은닉재산을 추적해 환수한 것은 이례적이다.

부정한 돈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는 사람들의 재산은닉 수법이 날로 진화하는 것처럼 검찰과 금융당국의 추적 역량도 '전문성'과 '협업'을 바탕으로 크게 향상되고 있다. 여기에 해외 수사당국 간 수사 공조 체제도 공고해지면서 외국으로 빼돌린 불법 재산을 국내로 환수하기가 수월해졌다.

실제로 검찰, 국세청, 예보 등 사정당국은 체납된 세금이나 경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빼돌린 범죄수익을 찾아내기 위한 추적 활동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예보는 아직도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씨 일가의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추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해외 계좌추적 과정에서는 '사설탐정'이 등장하기도 한다.
 
국가별로 사법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국내 계좌추적 시스템으로는 해외로 도피한 재산을 추적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보는 이런 경우 해당 국가에서 재산조사회사(사립 탐정)를 고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추적을 이어나간다. 사설 업체가 현지 계좌정보를 파악해 그 결과를 예보에 통보하는 식으로 추적이 이어진다. 지난해 예보는 저축은행을 파산시킨 주범이 캄보디아에 숨겨놓은 재산을 6년간 추적해 92억원을 회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출처:http://news.mk.co.kr/newsRead.php?no=62845&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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