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튜닝부터 사업자등록까지 한 달

지정 장소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과태료

신선식품 다 못 팔아 손해봐도 못 움직여



푸드트럭은 규제 개혁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소자본 창업으로 꼽힌다. 서울시를 비롯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한 푸드트럭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크다. 기자가 직접 푸드트럭 창업 준비 과정을 알아보고 영업을 체험하면서, 국내 푸드트럭의 현실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창업


푸드트럭 창업을 위해서는 우선 0.5~1t의 트럭이 필요했다. 트럭을 구입한 후엔 구조변경을 해야 한다고 했다. 조리에 필요한 전기 배선과 가스 배관을 하고 누전 및 누출 차단 장치도 갖춰야 한다. 개조가 마무리되면 ‘튜닝검사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푸드트럭이 아닌 푸드트레일러는 그 절차가 조금 달랐다. 트레일러는 자동차에 매달고 다니는 차량이다. 캠핑용 트레일러를 연상하면 된다. 푸드트레일러를 이용하려면 전기와 가스를 설치한 후 교통안전공단에서 ‘자동차안전검사증’을 받아야 한다. 차대번호를 받기 위해서다. 차대번호가 나온 후 구청에서 정식으로 차량등록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다음은 영업 구역 보건소에서 영업신고증을 받는 절차다. 영업신고증이 없으면 불법 영업으로 간주돼 과태료가 부과된다. 영업신고증을 받으려면 온라인으로 6시간 교육을 받거나 현장교육 4시간을 수료해야 한다. X레이 촬영 및 혈액검사 등 건강검진도 거쳐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국세청에서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는 거다. 카드 단말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절차를 밟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한 달. 푸드트럭 창업에 필요한 예산은 차량 구입비, 검사비, 등록비 등을 포함해 1500만~2000만원 정도다.


음식 종류 선정에 특별한 기준과 절차가 없다. 푸드트럭 안에서 조리 가능하다면 어떠한 메뉴도 상관없다. 창업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좋아하고 조리에 자신 있는 메뉴를 선택한다.


|영업


현재 서울에서 합법적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은 4개의 야시장이 대표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4월부터 약 6개월간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열리는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이다. 이달부터는 청계천광장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도 야시장이 열리고 있으며, 7월에는 목동운동장에서도 야시장이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허가한 곳 외에서 음식을 파는 건 도로교통법과 식품위생법에 위배된다. 즉, 푸드트럭 영업신고증을 받았다고 해도 아무 데서나 영업할 수는 없다.


‘하룻밤에 즐기는 세계여행’을 테마로 여의도 한강 물빛공원에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열리는 야시장에는 서울시가 선발한 30대의 푸드트럭이 한데 모인다. 아르헨티나 엠파나다, 벨기에 와플, 스페인 츄러스, 쿠바 샌드위치, 라오스 전통 음식까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지난 13일 이곳에서 밀크셰이크를 판매하는 푸드트럭 ‘퍼펙트 아이스’에서 김동휘(30)·홍승표(26) 대표를 도우며 푸드트럭 영업을 체험해 봤다.


영업 준비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조리 도구 준비, 식자재 손질, 조명 세팅, 가스 상태 점검 등이 먼저다.


‘우우우우우웅.’ 오후 3시, 빨간색 전원 버튼을 누르자 셰이크 머신과 아이스크림 머신이 묵직한 모터 소리를 내며 작동을 시작했다. 150kg의 머신 두 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음과 진동이 3평 남짓한 트레일러를 가득 채웠다. 왼쪽엔 쿠바 샌드위치, 오른쪽엔 하와이 토속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이 세워졌다.


오후 4시30분. 기본적인 준비가 마무리되고 실무 연습을 시작했다. 이날 기자의 역할은 자몽주스 제조와 셰이크 재료 보충이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자몽을 반으로 자르고 믹서기로 과즙을 낸 후 용기에 담으면 된다. 셰이크 재료가 떨어지면 선반 아래에 있는 1L짜리 우유 2통과 5L들이 수제 셰이크 소스 한 통을 머신에 부어주는 보조 업무였다. “생각보다 간단한데요”라는 기자에게 홍 대표는 “막상 손님들 몰려들기 시작하면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


“한 시간 남았습니다. 다들 화장실들 다녀오시고 조리복으로 갈아입어 주세요.” 오후 5시. 검정 조리복으로 갈아입고 턱받침과 위생장갑을 착용했다. 그때 누군가 트레일러 똑똑 두드리고 햄버거를 하나 건넨다. 야시장에서 함께 장사를 하는 ‘삐삣버거’ 김건형(26) 대표였다. 홍 대표는 “이곳에 모인 청년 사장들은 ‘나만 살아남자’는 생각보다는 ‘우리 모두 잘되자’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며 “서로 음식을 나누고 일손을 보태는 품앗이가 이곳의 문화”라고 말했다.




오후 6시. 드디어 시작이다. 야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근처 푸드트럭에선 지글지글 고기를 굽고, 새우를 튀기고, 피자를 굽고,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나온다. 트럭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블랙 미숫가루 셰이크 하나 주세요. 빨대는 두 개요.” “밀크셰이크 두 개랑 캐러멜 아이스크림 하나요.” “자몽주스 두 개랑 밀크셰이크 하나요.” 늘어선 줄이 길어지고 마음도 손도 바빠졌다.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던 홍 대표의 말이 떠올랐다.


오후 8시30분이 되자 퇴근한 인근 직장인까지 합류하며 야시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야시장 관리 직원이 푸드트럭에 와서 “줄 관리에 신경 써 달라”고 했다. 야시장 푸드트럭 입점 조건 중 하나가 ‘질서 유지’라는 게 생각났다. 차례를 기다리며 늘어선 줄이 다른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푸드트럭 운영자들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야시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손님은 더 많아졌다. 서둘러 선반 아래 소스 통을 꺼냈는데 뚜껑이 안 열렸다. 머릿속 회로가 뒤엉키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는 기자를 보다 못한 김 대표가 셰이크를 만들다 말고 소스 뚜껑을 직접 열어 머신 안에 콸콸 쏟아 붓는다. 도움은커녕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


밀려드는 손님에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야시장 분위기는 더 무르익었다. 밀크셰이크를 기다리며 줄 선 손님은 40명으로 늘어났다. 야시장 최고의 인기 메뉴인 ‘스테이크 아웃’ 앞에는 100여 명의 손님이 대기 중이었다.


오후 11시 “밤도깨비 야시장의 영업을 종료합니다.” 드디어 영업 종료 방송이 흘러나온다. 머신의 전원 버튼을 내리자 그제야 트레일러를 가득 채우던 소음과 진동이 사라졌다. “수고했습니다.” 김 대표가 밀크셰이크 한 잔을 건넸다. 한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셰이크 한 잔에 하루의 피로가 날아가는 듯했다.


|문제점


이곳에서 만난 청년 사장들은 트럭 하나에 식재료와 요리기구를 가득 싣고 전국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었다. 유랑 생활이 불안할 법도 하지만 “열심히 달리다 보면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번듯한 가게를 차릴 수 있겠죠?”라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익힌 노하우를 활용해 자신들의 가게를 여는 게 꿈이다. 하지만 푸드트럭만으로는 미래가 불안하다. 영업 준비를 위해 바친 시간과 실전 경험이 이 곧바로 창업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 탓에 트럭을 만들어도 물건 팔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밤도깨비 야시장’처럼 허가받은 장소에서 조금만 이동해도 제재를 받는다. 이곳에서 만난 푸드트럭 ‘스테이크 아웃’ 백상훈(25) 대표는 허가받아 영업하고 있지만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육류를 취급하기 때문에 밤새 이동을 해서라도 당일 내 고기를 모두 판매해야 하는데 법 때문에 푸드트럭이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경고 조치도 없이 과태료를 부과 당하고 물건을 뺏긴 적도 많다”고 말했다. ‘쉐프리’ 이태경(24) 대표는 “합법적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영업허가증이 필요한데 여러 조건을 맞추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해진 날짜가 지나면 폐업 신고도 해야 한다. 푸드트럭의 실정에 맞춰 행정처리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관련 대책을 문의해 봤다. 정상택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장소 규제와 관련한 규제 개선이 마무리 단계”라며 “식품위생법 등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 7월 의회 논의를 통해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http://gangnam.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aid=1962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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