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아무리 찾아봐도 장사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내년에도 올해만큼 경기가 안 좋을 것 같고, 잘못하면 돈만 날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아무리 이력서를 넣어도 뽑아주는 곳이 없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외식업중앙회 중앙교육원에서 만난 김모(46)씨는 "언니와 함께 다음 달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브런치 카페를 연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올해 초 20년 다닌 의류 생산 업체가 불경기를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문을 닫아 졸지에 실직자가 됐다. 김씨는 재취업을 위해 반년간 여기저기 이력서를 보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노후 대비를 위해 20년간 모아둔 돈과 퇴직금 중 3500만원을 쓰기로 했다. 남편이 최근 실직한 김씨의 언니도 동업을 위해 빚도 내서 3500만원을 보태기로 했다. 이날 외식업중앙회에는 김씨 자매 외에도 창업을 앞둔 100여명이 몰려 종업원 퇴직금 정산, 세금 계산 방법 등을 배우는 예비 창업자 교육을 받았다. 절반가량이 50대 이상이었다.


◇불경기에도 '떠밀려 창업' 늘어


요즘 우리 경제는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아 내수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계가 얼마나 소비를 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가계 평균 소비 성향(가처분 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중)은 2011년 1분기 78.2%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내림세를 보이며 올해 2분기 70.9%까지 떨어졌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민간 소비 비중은 작년 49.5%로 1998년(48.3%) 이후 가장 낮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작년 12월 537만명에서 지난 9월 568만명으로 9개월 새 31만명이나 늘었다. 자영업자 수는 '베이비 붐(1955~ 1963년생)'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면서 2014년 8월 580만명까지 늘었지만 이후 작년 말까지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런데 올 들어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종업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 수도 감소하는 등 자영업 내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자영업자 중 50대 이상의 대학 졸업자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2008년 전체의 48%에서 지난해 58%로 6년 새 10%포인트 뛰었다. 창업에 나선 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는 작년 189만명으로 통계청이 조사를 시작한 2007년(151만명)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30대 그룹에서도 대거 퇴직자가 나오자 마지막 종착지인 자영업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창업 1년 내 40% 망하는 자영업, 경제 선순환 장애물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선순환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50대 중산층이 직장에서 평생 모은 돈과 퇴직금을 창업에 쏟아부어도 성공은커녕 계속 중산층으로 남는 것도 쉽지 않은 탓이다. 작년 자영업자는 가구당 9379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소상공인이 창업 1년 후 문을 닫는 비율이 40%나 된다. 자영업 생산성이 낮은 것은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업 취업자 1인당 실질 GDP는 4340만원으로 제조업(9290만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자영업에 나서는 퇴직 중산층이 늘어나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30년간 직장에서 일한 대졸자들이 그간 쌓은 지식, 경험, 전문성과 무관한 자영업에 뛰어들어 돈과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국가적인 자원 낭비라는 지적도 많다.


김현철 서울대 교수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자영업자만 많이 늘어나면 혁신 경제를 키워도 제품과 서비스를 사 줄 사람이 사라져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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