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네니까 병이나 주우러 다녀야지 뭐. 얼마 안돼. 한개에 40원. 오늘은 운이 좋아서 비싼거 한 3병 찾았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거주하는 김모(남·71)씨가 말하는 ‘비싼 거’는 올해 출고된 소주병이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소주병 빈 병 보증금을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했다. 빈 병 보증금을 올려 빈 병 재활용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빈 병 값이 작년에 출고됐느냐 올해 출고됐느냐에 따라 2배 이상 차이 나다 보니 올해 출고된 빈 병을 발견하면 기쁨의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씨를 비롯한 ‘빈병 수집가’들의 설명이다.


유통가에서는 올해부터 개선된 ‘빈 용기 보증금 제도’로 때아닌 ‘빈 병 수집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편의점 3곳을 운영하는 김상만씨(58)는 “요즘 새벽에 출근할 때 보면 과거에 비해 상자보다 병을 찾는 어르신들이 늘었다”면서 “보증금 인상으로 빈 병 수집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빈 병 수집 열풍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기자가 직접 성수역, 강변역, 잠실역, 광교역 일대 대형마트와 편의점, 슈퍼마켓을 들러 확인해봤다.


◆ 대형마트, 하루 평균 빈 병 회수량 600개 웃돌아…“빈 병 모으는 재미 쏠쏠하네”


지난 6일 이마트 성수점에 위치한 무인 빈 병 회수기 앞에서 만난 김씨 옆에는 세 종류의 술 브랜드 로고가 박힌 상자가 쌓여 있었다. “어디 가면 그렇게 많이 주울 수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씨는 “차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닌다”며 “아파트 쓰레기장에 가보면 많이들 버린다”고 답했다. 기자가 김씨와 대화를 나누는 10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손수레와 카트를 앞세운 대여섯명의 수집가들이 빈 병과 영수증을 맞바꿔 갔다.


김씨가 이날 보증금을 받기 위해 가져온 빈 병수는 총 38병. 함께 온 아내와 장모가 모은 병까지 합하면 그 수가 70병을 넘는다. 환경부가 정한 병수 제한은 1인당 30병이다. 총 7장의 영수증을 받아든 김씨는 “이미 반환한 병수가 30개를 넘어 내 이름으론 더 이상 반환할 수 없다”면서 “나 대신 남은 병 보증금 좀 받아달라”며 기자에게 3장을 건네기도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고객센터에 길게 늘어진 줄이 보였다. 보증금을 받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어림잡아 열댓명이 족히 넘는 사람들 손엔 영수증이 3장, 4장씩 들려 있었다. 고객센터 직원은 “빈 병 모아오는 사람이 정말 많다”며 “하루에 200명도 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강변점에 위치한 고객센터 옆에는 빈 병들이 아예 상자채로 쌓여있었다. 이날 무인회수기에서 수거한 병들이었다. 한 고객센터 직원은 “하루에 회수기에서 꺼내는 병만 6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잠실점에서 만난 한 30대 부부는 “30개 딱 맞춰왔는데 거의 2000원 정도 벌었다”며 “계속 하다보면 심심찮게 용돈벌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은 ‘빈병 반환’ 열기가 시들했다.


성수역 인근 편의점 네곳 중 두곳에서 만난 직원과 점주들은 “아직까지 빈 병을 팔러 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답했고 이중 한 곳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며 “모으는 사람만 모으지, 보증금이 올랐다고 해서 너도나도 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광교역 인근 한 슈퍼마켓 직원은 “많으면 한달에 서너명 정도 온다”며 “그런 경우엔 보통 30개씩 꽉꽉 채워서 온다”고 말했다.


◆ 소비자단체·전문가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소매점 참여 더 장려해야”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의점 주인은 “수수료도 얼마 안하고 수거한 빈 병을 도매업체나 주류업체에 다시 가져다주는 것도 일이라 보증금 반환을 잘 안하게 된다”며 “수거한 빈 병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도·소매상이 병을 수거하면 보관비, 인건비 등을 명목으로 주류 제조업체에서 보증금과 빈 병 취급 수수료를 지급한다. 소주 빈 병 취급 수수료는 28원, 맥주 빈 병은 31원이다. 소매점은 별도로 소주 10원, 맥주 11원을 더 받는다.


강변역 인근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깨진 병이나 이물질이 든 병을 가져와서는 반환을 안해주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며 “바쁜 시간엔 일일이 확인하기도 힘들어서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슈퍼마켓의 빈 병 반환율은 93.6%인 반면 편의점은 52.8%에 그친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편의점의 보증금 반환율이 슈퍼마켓 반환율의 거의 절반 수준”이라며 “신고보상금제도의 지속적인 홍보와 업계참여 및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정책에 따르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소매점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반환을 거부당한 경우, 빈 용기 상담센터(1522-0082) 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로 신고하면 된다. 신고자는 연간 최대 10건, 건당 5만원 이하의 보상금을 받는다. 깨지거나 담뱃재, 참기름 등 이물질로 오염돼 재사용이 불가능한 빈 병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없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소비자가 보증금을 반환받는 환경이 2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환경부는 빈 병 취급수수료를 더 올리는 등 보증금 제도를 개선해 소매업자들의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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