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못된 장난' 치거나, '가릴 곳' 안 가리면 벌금


넋놓고 '불구경' 하거나, 새치기 함부로 하면 처벌


'경범죄처벌' 범칙금 매년 급증…벌써 30억이라니

2012년 10억원에서 2013년 23억원으로 늘더니, 올해는 8월 현재 30억원까지 늘었다. 경찰이 경범죄처벌법 위반자에게 부과한 범칙금 말이다.

1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범죄처벌법 위반자에게 부과한 범칙금은 2012년 약 10억원에서 지난해 23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올해는 8월 현재 이미 약 30억원에 이른다. 2012년보다 3배 이상 는 수치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는 교황 방문, 인천아시안게임 등 큰 행사가 많아 경범죄 단속을 강화해야했기 때문에 적발 건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민국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갑자기 낮아진 걸까? 그보다는 지난해 3월 처벌대상을 넓히는 방향으로 전부 개정된 경범죄처벌법 탓이 커보인다. 당신이 몰랐던 황당 경범죄 6가지를 소개한다.

 

1. '못된 장난'하면 10만원

장난질도 경찰이 있는지 봐가면서 해야 한다. 경범죄처벌법은 "공공기관이나 단체·개인이 하는 행사·의식을 '못된 장난'으로 방해하는 자"를 처벌 대상으로 삼아 1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못된 장난'으로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못된 장난'이란 무엇일까. 국립국어원은 '못되다'에 대해 "성질이나 품행 따위가 좋지 않거나 고약하다"로, '장난'은 "주로 어린 아이들이 재미로 하는 짓. 또는 심심풀이 삼아 하는 짓"이라고 풀이한다. 어린아이들이 고약하게 재미로 하는 짓을 처벌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일까. 경찰 설명을 들어봤다. 경찰청 관계자는 "형법의 업무방해·장례식방해죄가 있다. 그런데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형법으로 처벌하기에는 모자란 경우가 있다. 그럴 때 경범죄의 이 조항을 적용해 처벌한다. '못된 장난'이 법률적인 용어가 아니라서 오해가 빚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못된 장난'으로 행사·의식을 방해해 처벌받은 이는 없었다. '못된 장난'으로 업무를 방해해 처벌받은 경우는 871건이었다.

 

2. '가려야 할 곳'은 어디야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전 법과 달리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라는 대목은 빠졌지만 '가려야 할 곳'이 어디인지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찰은 "미니스커트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갑자기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떠오르는 분도 계시겠다. 김 전 지검장은 경범죄가 아니라 형법상 공연음란 혐의를 적용받았다.

 

3. 팔뚝 문신 드러낸 추신수는 어떡하나

경범죄처벌법은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드러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도 처벌대상으로 삼는다. 야구장에서 팔뚝에 새긴 (보기에 따라서는) '험악한' 문신을 드러낸 스포츠 스타들도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21일 군산에서는 온몸에 문신을 새긴 조직폭력배들이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벗고 운동하다가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고, 지난달 19일에는 대구에서 온몸에 문신을 한 조직폭력배들이 대중 목욕탕을 찾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데 요즘은 조폭들만 문신하는 시대가 아니다. 홍대 입구에 가면 5분에 한 명 정도는 문신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어쩌려고 그럴까.

 

4. 불구경 나갔다가 소방관 돕지 않으면?

불구경에 나설 참이라면 방열·방화 옷을 챙겨야 할지 모른다. 도와달라는 소방관의 요청을 거부했다간 벌금을 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범죄처벌법은 "눈·비·바람·해일·지진 등으로 인한 재해, 화재·교통사고·범죄, 그 밖의 급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있으면서도 공무원 도움 요청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1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5. 구걸해도 처벌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마저 깬다. 경범죄처벌법은 "공공장소에서 구걸을 해 통행을 방해하거나 보행자를 귀찮게 하는 자"를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전 법에서는 구걸을 하도록 강요한 사람만 처벌했으나, 법이 개정되면서 구걸을 시킨 자뿐 아니라 한 사람도 처벌받게 됐다. 지하철 등에서 구걸하며 살아가고 있는 극빈층이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6. 재래시장 "골라골라" 외치면? 새치기하면?

"물품을 억지로 사라고 한 사람이나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른 사람"도 1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공공장소에서 승차·승선, 입장·매표 등을 위한 행렬에 끼어들거나 떠밀거나 해도 처벌된다. 새치기뿐 아니라 앞사람을 떠민 행위까지 처벌대상으로 삼는다는 얘기다.

 

한겨레 | 입력 2014.10.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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