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자란 명태를 산 채로 잡아오면 1마리당 최대 50만원의 포상금을 드립니다."


지난해 1월,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이 2009년부터 내건 '명태 포상금'의 주인공이 드디어 나타났다. 강원도 연근해에서 우연히 한 어부의 그물에 걸린 어미 명태 1마리였다. 그동안 국립수산과학원은 자연산 어미 명태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힘겹게 구한 수컷 명태만 실험실을 지켰다.


국내에서 씨가 마른 명태는 통상 수심 450~500m 정도의 깊은 바다에서 사는데, 작년에 잡힌 어미 명태는 150m 정도의 얕은 바다를 노닐다가 우연히 어부의 그물망에 걸렸다. 일반적으로 얕은 수심에서 자란 명태는 깊은 곳에서 살다온 명태와 달리 금방 죽거나 자라다 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어미 명태는 한 눈에 보기에도 상처 하나 없이 건강한 '특이종'이었다.




이 어미 명태는 53만개의 수정란을 낳아 국립수산과학원이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된 주역이 됐다. 덕분에 몸값이 급등해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국민생선 명태가 2018년쯤이면 다시 서민들의 장바구니에 담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해양수산부는 과도한 어획, 수온 상승 등의 이유로 동해안에서 거의 잡히지 않는 명태를 지난 6일 국내에서 완전 양식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 추진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2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동해안은 명태, 서해안은 지난 6월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한 뱀장어, 남해안은 앞으로 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인 쥐치 등 양식 기술을 통해 동·서·남해안에서 사라진 수산자원을 회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산 명태, 왜 씨가 말랐나


한 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먹는 명태는 25만톤에 달한다. 국민 1명당 7~8마리 꼴이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만큼 명태를 다양하게 먹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 얼리지 않은 싱싱한 생물 명태는 '생태'로 찌개에 넣어 먹고 얼린 명태는 동태, 말린 명태는 북어, 황태, 알은 명란젓 등 먹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그런데 국내에서 소비되는 명태는 90% 이상이 러시아, 일본 등에서 수입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10만톤 이상 잡혔는데, 1990년대부터 계속 줄어 최근에는 2~3톤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내산 명태의 씨가 마른 이유를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로 본다. 국내에서 어린 명태인 노가리 소비가 왕성하게 이뤄지자 어획 활동이 무분별하게 이뤄졌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가 그동안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어획을 금지했던 노가리를 1970년부터 잡도록 허용한 것도 성어의 급감에 영향을 미쳤다.


또 하나는 기후 변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차가운 물을 찾아 북상했다는 의견도 있다. 명태는 3~5도의 낮은 수온에 사는 한류성 어종이다. 지난 40년간 동해의 표층수온은 1.3도 상승했고, 수심 50m의 온도 역시 0.1도 올랐다.


◆어렵게 구한 국내 자연산 명태 1마리가 3만마리로


완전양식이란 인공적으로 생산한 수정란에서 태어난 어류가 어미로 자라, 다시 수정란을 낳는 과정에 성공한 경우를 말한다. 1세대 인공종자가 2세대를 낳는 순환이 이뤄지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나선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다. 일본에서는 명태 1세대 인공종자를 생산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2014년부터 본격 기술 개발에 나섰고 2년 만에 성과가 나왔다. 일본에 비해 명태 소비가 많지만 생산량은 급감한 우리나라가 명태 완전양식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던 것이 기술 개발에 불을 당겼던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명태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건강한 자연산 어미 명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지난 2009년부터 이른바 '명태 포상금'을 걸었지만 수컷만 잡힐 뿐 암컷은 잡아도 일찍 죽어 수정란을 확보할 수 없었다. 작년 1월 우연히 한 어부의 그물에 들어온 명태가 기술 개발의 단초가 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어미 명태를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강원도심층수 수산자원센터로 옮겨 수컷 명태와 자연 산란을 시켰고 수정란 53만개가 생산됐다. 이 수정란에서 태어난 인공 1세대 명태가 작년 12월 20cm 정도로 자라나자 이중 건강한 200여마리를 선별해 산란이 가능한 35cm 이상의 어미로 키웠다.


200여리 중 7마리가 지난달 중순, 수정란 10만여개를 산란하는 데 성공했고 부화한 3만마리가 지난 6일 기준으로 0.7cm 전후로 성장했다. 명태는 0.7cm가 되기 전까지 폐사율이 높아, 이 이상으로 자라나면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2년 간의 실험이 성공을 거둔 순간이었다.


◆적정수온 파악 위해 수없이 실험…낮은 온도에서 사는 먹이 개발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번 기술 개발이 성공한 배경으로 건강한 자연산 명태 확보와 더불어 명태가 잘 자랄 수 있는 적정수온을 수차례 실험을 통해 알아낸 것을 꼽았다. 국내에 적정수온과 관련한 연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국립수산과학원 소속 연구진 8명은 높은 온도에서부터 온도를 조금씩 낮춰보면서 명태가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 지 실험을 반복한 결과 적정수온이 8~10도임을 확인했다.




또 다른 성공요인은 10℃ 이하에서도 살 수 있는 저온성 먹이생물을 개발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사용된 명태의 먹이생물은 28℃ 이상에서만 살 수 있어 10℃ 이하에서 사는 명태의 먹이로 주기에는 단점이 많았다. 먹이생물을 바다 깊숙이 넣으면 바다 밑으로 가라 앉아버려 먹이가 아닌 오염물이 되버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기존의 먹이생물이 낮은 온도에 적응해 살 수 있도록 적응시키는 방식으로 저온성 먹이생물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 개발에 참여한 변순규 국립수산과학원 선임연구사는 "그동안 명태 배합사료는 장기보관이 어렵고 부패 염려가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는데, 고도불포화지방산이 함유된 고에너지 명태 전용 배합사료를 개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찬물에서 서식하는 명태를 양식하려면 인위적으로 물을 냉각시켜야 한다는 점도 문제였는데, 양식 관련 시설을 개선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 '완전양식' 명태, 2018년부터 식탁 오른다…쥐치도 개발 추진


해수부는 내년에 명태 완전양식 종자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문생산농을 구축할 예정이다. 관련 예산으로 15억원을 편성 했다. 그 다음으로는 양식업자에게 종자를 분양해 상업 생산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인데, 201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후년 쯤에는 국내에서 양식한 명태가 식탁 위에 오르게 된다.


해수부는 수온 변화 등으로 국내에서 잡히지 않거나 생산량이 감소한 어류가 늘어나면서 양식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뱀장어를 완전 양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명태 다음으로는 쥐치의 완전양식에 도전할 계획이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쥐포를 많이 먹는데, 쥐치가 과거 30만톤까지 잡히던 것이 이제 2000톤에 불과하다"면서 "남해안산 쥐포를 먹을 날이 얼마 안남았다"고 기대했다.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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