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어느 날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200여가구가 살고 있는 이 단지에서 김주희씨(35)는 가장 나이가 어린 주민이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동네를 등지다보니 주변엔 온통 노인들뿐이다. 아이들을 구경한지 7년이 넘었다. 신생아 울음소리도 TV에서나 들을 수 있다.

주희씨가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에 시동을 걸자 계기판에 주유 알람이 깜빡거린다. 기름을 넣기 위해선 30㎞가 넘는 도심 근처까지 가야 한다. 평소 이동거리가 짧아 한달에 한번 주유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동네 주유소가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주유하는 날은 장을 보는 날이다. 주유소 근처 대형마트에서 한달치 장을 한꺼번에 본다.

처음엔 주유하러 왕복 60㎞를 오가는 데 드는 기릅값과 시간이 아까워서였지만 이젠 다른 방법이 없다. 주희씨 같은 사람들이 늘면서 동네에 가게가 없어졌다. 이제 걸어서 갈 만한 곳에선 생필품 상점이나 약국, 병원, 식당을 찾아볼 수 없다. 시 전체에 11곳이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몇 년 전 2곳으로 통합됐다.

전날은 주희씨의 월급날이었다. 이메일로 들어온 월급명세서를 보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각종 세금으로 빠져나간 돈이 월급의 30%를 넘는다. 특히 이달부터는 독신세까지 떼였다. 직장생활을 한 6년 동안 국민연금 납부액이 두번 오른 반면, 은퇴 뒤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은 두번 깎였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도 미뤄졌는데 그동안 워낙 많이 바뀌어서 정확한 시점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들어오는 돈은 주는데 나갈 돈은 몇 년 사이 크게 늘었다. 일단 물가가 배로 올랐다. 시청에서 서울 등 대도시 은퇴자를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유치 성적은 민망할 정도다. 시 재정이 악화되면서 대다수 복지정책이 중단된 상태다. 전기는 물론 인프라 가동률이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지역 경제가 침체된 지 오래다.

주희씨의 일상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선 가상 시나리오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지방 소도시에선 상당부분 현실화된 모습이다. 실제로 일본의 산업계와 학계의 주요 인사들이 정부 정책을 논의하는 민간기구인 창성학회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1800곳의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절반(49.8%)에 해당하는 896곳이 인구감소로 2040년경에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 정부도 '2050 국토 그랜드 디자인'을 발표하면서 2050년이 되면 전체지역의 20%에서 사람이 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부사장)은 최근 내놓은 저서 '세계가 일본된다'에서 "일본의 한 연구소는 30년 후면 1000여개 마을에서 출산적령기의 여성이 사라지고, 4200만명의 인구가 줄어 1억3000만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8500만명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터 드러커는 '인류의 최대 혁명은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혁명'이라고 지적했는데 일본에서 인구혁명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일본 사회가 성장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불안정 사회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저출산과 고령화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어서다. 이미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로 꼽히고 있다.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도 국회입법조사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2750년 대한민국 인구가 '0'이 되면서 국가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극단적인 사례가 부담스럽다면 현재 진행되는 현상에서도 징후를 찾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는 저출산 고령화로 대한민국 인구의 중위연령이 최초로 40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위연령은 지난해까지 30대였지만 올해 40세, 2040년이면 52세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53세는 현재 평균 퇴직 연령이다. 26년 뒤엔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은퇴자와 4분의 1 수준의 어린이를 뺀 나머지 4분이 1이 모든 일을 떠맡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세금 감소와 국가 재정 악화로 직결되고 결국 국력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세계경제가 브릭스(BRICs)로 불리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거대한 영토와 풍부한 지하자원 외에 막대한 인구를 갖추고 있다. 인구는 그 나라의 생산력만이 아니라 내수시장을 뜻한다. 가까이 중국의 IT산업이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대표되는 국내 IT산업을 턱밑까지 따라붙은 데도 13억명이라는 거대한 내수시장의 뒷받침이 있었다.

역사적으로는 프랑스가 17, 18세기 근대 유럽을 호령할 수 있었던 이유를 루이 14세나 나폴레옹의 리더십이 아니라 당시 프랑스 인구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이때 서유럽에서 프랑스 인구는 러시아와 맞먹을 정도여서 2800만명 유지법령을 제정하기까지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의 경우 일찌감치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인구 1억명 유지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지속가능한 정책을 만드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결국 재정부담만 늘면서 오히려 악순환 구조만 양산한 모양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인구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뚝심과 일관적인 정책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출산 문제와 직결된 노동법, 사회보장법 등을 포함해 한국적 특수성이 충분히 체화된 맞춤형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예측서인 '유엔미래보고서 2040'의 저자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인구는 국력과 직결된다"며 "인구감소가 시작된 선진국은 예외없이 국력이 쇠퇴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유럽의 경우 인구 감소가 시작된 것이 8년 전"이라며 "EU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인구 감소가 권력의 축소를 불러온다는 미래예측의 법칙에 예외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독신세란

자녀를 낳지 않는 미혼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회제도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에는 일정 연령이 넘어도 결혼하지 않은 남자의 선거권을 박탈하거나 독신자에게 세금을 거뒀다. 자식이 없으면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규제도 있었다. 근현대에 들어서도 유럽과 미주 일부 국가에서 저출산을 막기 위해 독신세를 거둔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 독신세 도입이 검토되다 여론악화로 백지화됐다.

 

 

출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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