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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바꾸는 은행, 채널부터 바꾼다

진실한조이 2016. 4. 11. 10:07

[위기의 은행]<4>은행권 4년째 점포 축소…찾아가는 영업·비대면 강화

체질 바꾸는 은행, 채널부터 바꾼다

은행 수익성 악화와 스마트폰 대중화가 은행-고객간 접점인 '채널'을 뒤흔들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존 점포를 구조조정해야 할 필요가 커진 데다 2000년대 후반 대중화된 스마트폰이 금융 소비자들의 행동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점포 운영이 어려워졌다.

◇3년간 370개 없어진 은행 점포, 올해 더 준다=은행들은 모바일뱅킹 사용 증가와 비용 감축을 이유로 2013년부터 점포수를 본격적으로 줄여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0년 6212개였던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7835개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3년간 400개 가까이 줄었다. 순이자마진(NIM) 하락 등으로 2013년 지점당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이 11조8억원으로 2011년(24조7000억원) 대비 급감하자 점포수 줄이기가 불가피해졌다.

은행권 점포 축소는 올해도 진행 중이다. 이미 올 1분기 중 KB국민·신한·우리 3개 은행에서만 점포가 75개 줄었다. KEB하나은행은 전산통합 후 점포 재편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가능성이 높고 농협은행은 올해 최소 20개의 점포를 더 줄이려고 하고 있다.

기존 점포 운영에 변화를 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커졌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모두 올해부터 전국의 점포망을 새로 짰다. 국민은행은 올해 1월 전국 영업점을 최소 4개에서 최대 11개까지 묶어 148개의 지역본부(파트너십 그룹) 밑에 두는 새로운 영업망을 도입했다. 윤종규 국민은행장이 지난해 9월 “영업점 업무효율화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며 최우선순위 과제 중 하나로 거론할만큼 심혈을 기울인 영업망 재편이다.

신한은행 역시 비슷한 시기 인근 영업점 6~7개를 그룹화해 총 122개의 그룹으로 묶는 '커뮤니티'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아직 시행기간이 3개월 뿐이라 수치화할 수 있는 실적을 말하기엔 이르지만 양 은행 모두 그룹화한 후 시너지가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체질 바꾸는 은행, 채널부터 바꾼다


◇변해야 산다, 은행 채널의 진화=은행들은 전통적인 점포를 줄이는 대신 찾아가는 영업과 비대면채널은 강화하고 있다. 점포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상품상담 등 은행원과 대면이 필요한 서비스 수요는 여전히 남아있어 대면채널과 비대면채널의 중간형태인 찾아가는 영업이 더 필요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은행은 태블릿PC를 이용한 찾아가는 영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시범영업을 올해 2월 시작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해 은행 영업 최대 화두는 찾아가는 영업이 될 것"이라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해 왔다. 국민은행도 전산개발 등이 마무리 되는대로 유사한 영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비대면 채널 경쟁도 지난해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은행들이 자행 애플리케이션에 인터넷뱅킹이 아닌 모바일플랫폼이란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부터다.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앱을 대면거래의 부수적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채널로 키우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5월 위비뱅크(우리은행), 6월 아이원뱅크(기업은행)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써니뱅크(신한은행), 원큐뱅크(KEB하나은행), 지난달 썸뱅크(부산은행) 등 모바일플랫폼이 잇달아 나왔다.

 



은행 모바일플랫폼은 비용을 적게 들일 수 있는 비대면 전용 상품을 전진배치해 기존 인터넷뱅킹과 차별화를 꾀했다. 신용대출·소호(자영업자)대출 등 은행에 와서 소득증빙 서류 등을 내야만 받을 수 있었던 대출을 스마트폰만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전격적인 모바일플랫폼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은 국민은행도 지난달 우선 첫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기반한 은행 비대면채널은 유통과 결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에 올해 중 중소기업들의 장터를 만들 계획이고, NH농협금융은 은행·증권·보험·캐피탈 등 지주 내 모든 계열사 상품 뿐 아니라 농수산물까지 연내 출시할 모바일플랫폼 '올원뱅크(가칭)'를 통해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패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채널 변화는 실패하기도 한다. 옛 하나은행은 2009년 3곳의 홈플러스 매장 안에 미니점포를 냈지만 고객이 찾지 않아 결국 2013년에 철수했다. 제도적인 제약도 있다. 태블릿PC를 이용한 찾아가는 영업은 2014년 시작됐지만 방문판매법 조항 등으로 팔 수 있는 상품이 제한돼 활성화되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영업담당 부행장은 "비용이 많이 드는 대면채널을 효율화하고 소비자들이 니즈에 맞게끔 채널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하지만 은행 채널이 궁극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지 누구도 속단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패턴을 민감하게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의 융복합과 디지털화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고객의 필요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은행채널이 진화할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고객접점이 필요한만큼 기존 지점은 유지되거나 축소되고 대신 비대면 채널과 함께 오프라인에선 복합점포 같은 융복합 점포가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처: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41009571648413&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