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어쩌다 해양플랜트 늪에 빠졌을까?
기본설계 분석없이 계약 체결… 제작 중 부풀어진 비용은 모두 떠안아
![]() ![]()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해양플랜트는 바다 위 생산시설로서 상부(Top Side)와 하부(Hull)로 구분된다. 상부는 채굴한 에너지를 정제하는 시설이며 하부는 공장을 떠받치고 이동이 가능한 선박으로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배와 플랜트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조선소는 빅3로 제한적이다. 해당 조선소들이 선박은 물론 플랜트 공사 노하우를 갖고 있어 가능했다. 문제의 해양플랜트가 조선소들을 적자 늪에 빠뜨린 건 2010년 이후 발주물량들에 집중됐다. 쉘, BP, 토탈 등 오일메이저들이 설계와 구매, 시공 업체를 각각 선정해 발주를 넣었다가 EPC로 전환한 게 이 무렵이다. 상부와 하부제작 경험이 풍부한 한국 조선소들은 쾌재를 불렀고 무더기 계약을 체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괄 계약을 맺고 테크닙 같은 세계적인 설계회사에 용역을 맡기면 될 줄 알았다"며 "마진율이 훨씬 높아질 거라고 봤는데 완전히 잘못 알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발주처가 꾸민 기본설계와 프로젝트가 진행될 지역에서 해양플랜트 용도를 비교해본 뒤 설계 변경 가능성과 설계 및 제작 기간 등을 짧은 시간 내에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안목이 설계 능력에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EPC로 인해 빅3 모두 설계 또는 제작 중 발주처로부터 설계변경 요구를 받게 되면 설계 회사와 다시 협의해야 하고 제작은 모두 중단되며 경우에 따라 철거와 재시공을 반복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입을 모은다. 설계를 몰라 책임소재를 따지는 데 한계가 있었고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비용은 훗날 발주처에 청구 가능한 '미청구공사'로 분류했다. 그 결과 1분기 말 현재 빅3 미청구공사 금액은 대우조선해양이 9조415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7조4630억원, 4조7990억원에 달했다. 국제회계기준(K-IFRS)이 도입된 2011년말까지만 해도 대우조선해양(4조2880억원), 현대중공업(4조1810억원), 삼성중공업(3조3510억원)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4조원대 초반을 넘지 않았다. 업계는 앞으로 해양플랜트 수주경쟁 구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처럼 제작에 집중하거나 EPC 계약을 맺더라도 설계변경 등 변수에 대비한 별도 옵션 계약을 맺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빅3가 해양플랜트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계약에는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빅3 말고는 해양플랜트를 한 번에 제작할 수 있는 경험이 있는 조선소가 없어 발주처의 발주형태도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속빈 강정' 조선 빅3, 상반기 실적 빨간불(종합)
![]() 대우조선·현대重, '골칫덩이' 해양플랜트 올해 수주 '0'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세계 시장을 석권해온 한국의 조선 대형 3사가 저유가와 해양플랜트 악재 속에 올해 실적 부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손실 폭탄'으로 전락한 해양플랜트 수주를 하지 않는 등 사업구조 재편에 몸부림치고 있으나 하반기도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 21일 조선업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빅3는 올해 1분기에 총 2천여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3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우려된다. 올 상반기를 합산해보면 빅3는 최대 4조여원의 적자를 내는 셈이다. 불과 5~6년 전에 반기 당 영업이익이 3사 합계 조 단위를 기록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한마디로 수만 명을 고용해 경영했지만 오히려 큰 손해만 봤다는 의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조선 빅3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우조선 문제마저 불거지면서 올 상반기 실적도 작년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3조원 규모 영업손실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1천9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는 1천억원 수준의 소폭 흑자를 기록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계약 변경 건으로 2분기에도 천억원대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263억원을 기록했으나 해양플랜트 여파로 2분기에는 최대 1조원이 넘는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해양플랜트로 직격탄을 맞은 대우조선의 상황은 심각하다. 대우조선은 올해 1분기에 43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8년여만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이어 2분기에는 2조원 이상의 손실을 낸 것으로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2조원 이상의 부실이 발생하자 올해 2분기에 반영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아직 실적 발표가 나오지 않아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공기 지연 등으로 인한 손실을 2분기에도 반영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이처럼 조선업계의 실적 부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음에 따라 빅3도 사업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골칫덩이'로 전락한 해양플랜트를 올해 들어 단 1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저유가로 발주가 뜸한 것도 있지만 리스크가 큰 사업을 피하려는 의미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수주가 2012년 104억7천만 달러, 2013년 81억 달러, 2014년 26억9천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전혀 없다. 올해 7월 현재 수주한 37억 달러는 모두 상선이다. 현대중공업은 작년에 해양플랜트 수주가 60억 달러에 달했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들어 여러 가지 사안이 겹치면서 해양플랜트는 수주한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해상플랫폼 2기 등 해양플랜트를 3건(60억 달러) 수주했다. 그러나 과거 과당 경쟁 또는 턴키 방식으로 수주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과거에 문제가 됐던 해양플랜트 수주 방식에서 변화를 꾀했다"면서 "수익성 강화를 위해 우리가 역량이 안 되는 부분은 다른 쪽과 손을 잡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빅3의 노력에도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저유가 행진으로 발주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과거 과당 경쟁으로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부실이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 30억 달러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사업, 2012년 27억 달러에 수주한 호주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CPF) 사업 등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가 손실이 우려된다. 빅3의 임단협이 해결되지 않고 대립 국면을 보이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대우조선 노조는 최근 임단협과 관련해 부분 파업을 벌였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노사 상견례를 갖고 협의에 돌입했으나 큰 성과 없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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